[1987] 민주를 울린 저항, 줄거리, 등장인물, 감상평

『1987』(2017)은 장준환 감독의 실화 기반 정치 드라마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 저항과 민주주의 가치가 어떻게 확산되었는지를 조명한 작품입니다. 정우성,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등 연기파 배우들의 감정이 빚어낸 강렬한 순간들이 한 편의 시대교양서처럼 구성되며, 권위주의 체제에 대항한 평범한 시민·언론·학생들의 연대와 용기를 생생히 구현한 작품입니다.

줄거리

서울대 학생 박종철이 경찰 조사 도중 고문으로 사망한 1987년, 국가권력은 이 사건을 은폐하려 하지만 진실은 이미 퍼지기 시작한다. 당시 이를 감추고 보도하지 않던 언론 내부에도 시선이 흔들리며, 경향신문 기자 이한열(김태리 역 실화 인물 참고)과 김윤석이 분투한다. 정우성은 이한열과 공조해 부검 실황을 확보하며, 진실을 밝히기 위한 언론의 사명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한편, 서울穩 반발하는 학생과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기폭제가 된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위기 대책을 모색하지만 체제의 민낯이 드러난다. 하정우, 유해진 등은 제도권 법조·행정 내부에서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중앙 권력의 개입으로 진실이 왜곡되고 억압된다. 영화는 결국 6월 민주항쟁이 전국적으로 터져 나온 모습을 묘사하며 진실은 격변의 파고를 일으킨다. 시민들의 노래와 피켓, 눈물과 함성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한 새로운 장을 열었음을 강렬하게 전하며 마무리된다.

등장인물

이한열(정우성): 열정적인 기자로, 언론의 사명과 공공의 진실을 위해 신념과 직업적 책임 사이를 기꺼이 선택한 인물입니다. 정우성은 언론이 어떻게 진실을 끌어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등불 같은 인물상으로 등장합니다. 박종철(실존 인물): 비극적 사건의 피해자로, 이름 석 자가 한 세대를 각성시킨 계기로 남습니다. 영화는 그의 마지막 발언과 현장에서의 싸움을 재현하며, 사건의 충격과 비애, 그리고 불굴의 의지를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권영성(하정우): 법조계 내부에서 진실을 외치기 위해 분투하는 인물로, 검찰 내 현실의 벽과 부당함에 저항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정우는 법 앞 정의에 대한 신념과, 제도권 안에서 부조리에 맞서는 복합성을 섬세하게 그립니다. 최환(유해진): 보수적인 국가기관 내부의 중간 관리자 역할로, 처음엔 권력에 순응하나 사건이 확대되며 도덕적 갈등에 직면합니다. 유해진은 갈등하는 공무원으로서 인간적인 세밀함을 연기합니다. 시민·학생 인물들: 전태일 열사처럼 한 개인의 죽음이 어떻게 민주화의 기폭제가 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이들의 분노와 결단, 함성은 당시의 공기를 구현합니다. 이들은 영화 속에서 시대의 주체로 중심을 잡습니다.

감상평

『1987』은 단순히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죽음이 어떻게 국민 전체를 일깨우는 에너지로 승화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한 사람의 고결한 죽음이 ‘비극적 개인사’에서 ‘민주화의 출발점’으로 변모하려면, 언론과 시민의 연대가 얼마나 지대한 역할을 하는지를 시각과 감정으로 전달합니다. 정우성은 기자 이한열의 눈빛 하나, 고뇌와 결단 사이를 유려하게 오가며 ‘언론은 기억한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그의 활약은 진실엔 힘이 있을 뿐 아니라, 부조리 속에서도 인간은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희망이란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김윤석·하정우·유해진 등은 권력 안팎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실에 저항하는 모습을 묘사하며, 언론·법조·행정이 어떻게 함께 움직여야 비로소 사회가 공정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줍니다. 특정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 다른 삶의 위치들에서 연대하는 힘을 강조합니다. 연출은 시위 현장의 함성과 독백, 경찰의 진압 장면을 긴장감 있게 교차하며, 감정의 파고가 절정을 향해 치닫습니다. 편집은 고요한 순간—박종철의 마지막 발언 장면—과 시위대의 폭발적 에너지 사이를 유려하게 조율하며 감정 곡선을 극대화합니다. 영화의 음악과 사운드 디자인은 진중하고 장엄하되 과하게 과장되지 않아, 마치 기록영화처럼 현실감을 부여합니다. 특히 마지막 시위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군중의 함성과 노래는 스크린을 넘어 마음속에 ‘시민의 목소리’로 다가옵니다. 『1987』은 한국 민주주의의 큰 전환점을 영화로 마주하게 한 작품이며, 다음 세대에게도 ‘그해, 6월의 촛불’을 기억하게 하는 강력한 교양서입니다. 그 당시의 아픔과 용기, 연대의 힘은 지금 이 시대에도 울림이 지속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