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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줄거리·등장인물·감상평

by gubari40 2025. 6. 22.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줄거리·등장인물·감상평 관련 사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1980~90년대 대한민국의 조직범죄와 부패 공무원의 공생 관계를 그린 누아르 드라마입니다. 윤종빈 감독의 냉철한 연출과 최민식, 하정우의 폭발적인 연기력이 결합하여 한국형 갱스터 무비의 정점을 찍은 작품으로, 범죄의 세계와 정치권력이 뒤엉킨 시대를 사실적으로 담아냅니다. 권력의 그림자 아래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의 선택과 배신, 그리고 무너지는 의리의 잔상까지,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시대의 초상을 그려낸 수작입니다.

줄거리

1982년 부산, 세관 공무원 최익현은 비리와 뒷거래로 연명하던 중 실수로 해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조폭 출신의 최형배와 연결되면서 그의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조직의 돈과 권력을 등에 업은 최익현은 자신만의 친화력과 말발, 연줄을 무기로 정치인, 검찰, 사업가들과 유착하며 자신의 입지를 키워나갑니다. 최형배와의 동맹을 통해 조직은 전국적인 세력을 얻게 되고, 최익현 역시 그 중심에서 권력과 부를 맛봅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 노태우 정부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조직범죄 소탕에 나섭니다. 검찰과 경찰은 조직은 물론, 이들과 유착한 공무원과 정치인까지 타깃으로 삼게 됩니다. 이에 따라 최익현과 최형배의 관계는 균열을 일으키고, 오랫동안 쌓아온 의리와 신뢰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선택이 엇갈리고, 배신과 협박, 증거인멸과 정치적 거래가 뒤엉키는 가운데, 결국 조직의 몰락과 함께 이들의 우정도 무너지고 맙니다. 최익현은 자신이 기껏 일군 관계와 부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몸부림치지만, 검찰 수사망은 그를 향해 조여옵니다. 영화는 그가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서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며, 권력과 범죄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 군상의 허망한 말로를 묘사합니다.

등장인물

최익현(최민식)은 본래 부산 세관에서 근무하던 공무원으로, 능글맞고 생존 본능 강한 인물입니다. 그는 상황 판단에 능하고 인간관계를 통해 위기를 모면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며, 조직의 뒷배를 얻은 이후 더 큰 권력에 접근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의 방식은 결국 불안정한 기반 위에 놓여 있었고, 권력이 바뀌면서 그 역시 밀려나게 됩니다. 최민식은 이 인물을 통해 비열하면서도 어딘가 짠한, 전형적인 시대의 생존자상을 보여줍니다. 최형배(하정우)는 젊고 패기 넘치는 조직 보스로, 폭력보다는 전략과 권력으로 세력을 넓히려는 야망을 지닌 인물입니다. 그는 최익현과의 동맹을 통해 조직의 외연을 확장하며, 기존 조직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그러나 익현과 달리 감정과 자존심에 휘둘리는 모습도 보이며,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냅니다. 하정우는 냉철함과 감정적 폭발을 절묘하게 오가며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완성시킵니다. 김판호(조진웅)는 조직 내부의 또 다른 실력자로, 최형배의 부상과 함께 그의 자리를 노리는 야심가입니다. 그는 영화 후반부에서 익현과 형배 사이의 균열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내외부의 위협 요소로 기능합니다. 김서방(마동석)은 익현의 심복으로 등장하며, 때로는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상황이 긴박해지면 누구보다 무서운 충성심을 보여주는 캐릭터입니다. 조범석 검사(곽도원)는 익현과 형배를 압박하며, 조직과 공권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권력의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그에 따라 사건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적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조연들이 1980~90년대 부산의 범죄·정치 생태계를 구성하며, 각 인물의 말투, 복장, 행동은 디테일하게 시대를 반영하고 있어 현실감이 뛰어납니다.

감상평

『범죄와의 전쟁』은 단순한 누아르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비열한 시대, 비열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동시에 살아남기 위해 비굴함을 감수한 수많은 사람들의 자화상입니다. 영화는 조직 폭력배와 비리 공무원이 서로를 이용하며 한 시대를 풍미하다 몰락하는 과정을 사실감 있게 묘사하며, 그들의 언행, 말투, 심리, 의리와 배신이 교차하는 모든 순간을 극대화합니다. 최민식은 연기력의 진수를 보여주며, 능글맞은 말투와 얄미운 표정, 돌발적인 감정 폭발을 통해 최익현이란 인물을 단순한 비리 공무원이 아닌, 그 시대를 살아낸 ‘전형적인 인물’로 승화시킵니다. 하정우 역시 냉정한 리더이자 감정에 솔직한 보스의 양면을 유려하게 소화하며, 두 배우의 긴장감 넘치는 호흡은 영화의 중심축이 됩니다. 윤종빈 감독은 시대 배경을 정교하게 재현하며, 조명, 음악, 분장 등에서 극도의 리얼리즘을 추구합니다. “풍문으로 들었소”가 울려 퍼지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극적 장면을 넘어, 하나의 시대 정서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나쁜 놈들’의 이야기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를 묻고, 그 끝은 과연 어디로 향하는가를 질문합니다. 결국 영화는 ‘범죄와의 전쟁’이라는 시대적 구호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진정한 정의란 무엇인지 되묻습니다. 이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며, 그래서 『범죄와의 전쟁』은 단순한 장르 영화가 아닌 시대극으로 남습니다. 관객은 웃다가도 씁쓸해지고, 통쾌하다가도 가슴이 서늘해지는 감정을 경험하며 극장을 나서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