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박훈정 감독이 연출하고 김다미가 주연을 맡은 2018년 한국 영화로, 기억을 잃은 소녀 자윤이 성장하며 겪게 되는 미스터리와 폭력, 초능력의 세계를 그린다. 겉보기엔 평범하고 조용한 고등학생이지만, 그녀는 과거 국가 비밀 실험의 산물이었다. 영화는 자윤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아가며, 본래의 능력과 정체성을 마주하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펼쳐낸다. 액션과 심리전이 교차하며, 인물 간의 미묘한 긴장감이 관객을 끌어당긴다. 특히 김다미의 강렬한 데뷔 연기와 후반부 반전은 관람 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초능력 액션물이 아니라, 인간성과 기억, 선택의 문제까지 담고 있어 한 편의 충격적인 성장 서사로 읽힌다.
줄거리
‘마녀’는 비밀 실험 시설에서 탈출한 한 소녀로부터 시작된다.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탈출한 소녀는 길을 헤매다 농촌 부부에게 구조되고, 이들은 그녀를 ‘자윤’이라 이름 붙이고 자신의 딸처럼 키운다.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 자윤은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성장한다. 어릴 적 사고로 기억을 잃은 자윤은 여느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친구와 웃으며 지낸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 어머니의 치매 증상 등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어느 날 자윤은 상금을 타기 위해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그 모습을 방송으로 본 과거 조직의 인물들이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다. 이후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자윤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하며 불길한 기운이 감돈다. 자윤은 점차 자신의 안에 잠재된 능력이 깨어나는 것을 느끼며 혼란스러워진다. 그러던 중 자윤 앞에 ‘귀공자’라는 남성이 나타난다. 그는 자윤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위협하며, 자윤의 과거 기억을 되살리려 한다. 귀공자의 등장으로 인해 자윤의 일상은 무너지기 시작하고, 자윤 역시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런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기억해 내기 시작한다. 평범했던 소녀는 점차 초인적인 힘을 되찾고, 그 힘은 인간의 도를 벗어난 위협으로 돌변한다. 결국 자윤은 기억을 되찾고 본래의 모습으로 각성하면서 조직과의 대결을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초반부 잔잔한 일상에서 시작해 중반 이후 급격히 장르를 전환한다. 마지막 30분간 벌어지는 폭발적인 액션과 피 튀기는 대결은 마치 다른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전환이 급격하지만, 동시에 압도적인 몰입감을 제공한다. 그 안에서 자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주체로 변화하며, 본인의 정체성과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등장인물
구자윤 (김다미)는 이야기의 중심에 선 주인공이다. 그녀는 영화 시작부에서 조용하고 순한 고등학생으로 묘사되지만, 실은 과거 초능력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인간 병기였다. 어린 시절 실험 시설을 탈출하고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다가,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 속에서 서서히 진실을 되찾아간다. 김다미는 이 작품을 통해 신인답지 않은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이며, 순수함과 폭력성, 혼란스러움과 냉혹함을 넘나드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귀공자 (최우식)는 자윤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나타나는 인물이다. 말투와 행동에서 미묘한 불쾌감을 주는 그는 초반엔 장난스럽지만, 점차 본성을 드러내며 폭력성과 잔혹함을 보여준다. 자윤을 자극하며 본래의 능력을 이끌어내려는 그의 존재는 긴장을 극대화시키는 장치이자, 자윤이 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닥터 백 (조민수)은 자윤을 비롯한 실험 대상자들을 만든 책임자다. 냉철하고 목적지향적인 성격으로, 인간의 생명을 실험 대상으로 취급한다. 그녀는 자윤이 실험체임을 자각하도록 유도하며, 다시 자윤을 조직 안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이외에도 자윤의 부모 역할을 하는 양부모, 친구 명희, 그리고 과거 조직의 다른 피실험체들이 등장하며 이야기에 현실감과 긴박함을 더한다. 특히 명희는 자윤과 대조되는 밝고 천진한 캐릭터로서, 자윤이 지켜야 할 일상의 상징으로 그려진다. 인물 간의 관계는 단순히 선악으로 나뉘지 않는다. 자윤 스스로가 선한 존재인지, 혹은 통제할 수 없는 힘의 화신인지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이 과정에서 관객은 자윤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마녀’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자윤은 구원자인 동시에 파괴자이며,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위치를 동시에 점유한다.
감상평
‘마녀’는 여러 면에서 파격적인 영화였다. 처음에는 학원물처럼 시작되어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후반부에 이르러 완전히 장르가 전환된다. 이 같은 반전은 관객의 예상을 철저히 깨뜨리며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특히 김다미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였다. 낯선 신인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자윤이라는 복잡한 인물을 이끌어가는 힘이 대단했고, 감정의 변화와 폭발하는 액션까지 모두 안정적으로 소화해 냈다.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던 자윤이 점차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결국 능력을 되찾으며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과정은 일종의 ‘각성 서사’이기도 하다. 이 과정은 우리가 잊고 있던 정체성, 기억, 상처와 마주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누군가에 의해 정의되는 삶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로서의 변화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통하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또한 영화는 액션뿐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통제, 실험이라는 윤리적 문제까지 건드린다. 닥터 백과 조직은 인간을 도구화하며, 자윤이라는 인물은 그 시스템의 결과물이자 반란의 상징이 된다. 이로써 영화는 단순히 초능력자의 복수극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에 대한 저항과 인간의 자유의지를 말하는 작품으로 확장된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속편을 암시하며 마무리된다. 실제로 ‘마녀 Part2: 다른 하나’가 후속작으로 제작되었고, 자윤의 정체성과 과거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첫 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그 시작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한국형 SF 액션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마녀’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정체성과 주체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